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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후기 | 쪽방촌 반고흐 홍구현 어르신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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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18-10-09 13:29 조회19,115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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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파운데이션이 홍구현 어르신을 만난 건 유난히 더웠던 지난 여름이었습니다

쪽방촌 어르신들을 위해 식비를 지원하기 위해 어떤 어려움을 겪고 계신지 이야기를 들어보기 위함이었습니다

뜨거운 햇빛을 맞으며 골목을 돌아 한 대문을 들어서면 그안에 작은 쪽방들이 줄지어있습니다

그 안에서도 맨 안쪽집, 홍구현 어르신댁을 방문한 직원의 눈 앞에 믿기지 않는 광경이 펼쳐졌습니다.

 0.6평 성인 한명이 편하게 발을 뻗기에도 작은 공간을 가득 채운 알록달록한 그림들

유명화가의 전시회에서나 볼 수 있던 아름다운 유화그림들이 빽빽하게 걸려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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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구현 할아버지는 늘 혼자였습니다
아버지의 재혼 후 두 명의 이복동생들과 늘 비교당하며 부모님의 사랑을 받지 못했습니다
그래도 마음을 의지했던 동생도 한 명은 일찍 세상을 떠났고, 다른 한 명은 30년 전에 연락이 끊겨 
생사도 알 길이 없습니다
지인소개로 해외이주여성과 결혼도 했었으나 몇 달이 지나기도 전에 통장을 모두 가지고 잠적해 버렸습니다
그 후 부산에서 이삿짐센터를 운영하며 재기를 위해 열심히 일했습니다


하지만 25년 전 쯤, 세상을 떠난 막내 동생의 아내에게 사기를 당해 전재산을 잃었습니다
사기를 치고 도망간 재수씨가 서울역 주변에 나타난다는 말을 들은 할아버지는 2년간 서울역 
주변에서 노숙생활을 했습니다
술로 매일을 보내며 서울역을 전전하던 할아버지는 이 곳 쪽방촌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10년 째 고혈압과 당뇨를 앓고 있는 할아버지는 2017, 3번이나 뇌경색으로 쓰러져 자유롭게 움직이실 수 없습니다. 할아버지는 사람과 재산, 건강까지 모든 것을 잃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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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었던 주변인들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받은 할아버지는 이제 사람을 잘 믿지 못하고 

사람을 만나기가 힘들어졌습니다

길거리를 걸으면 다들 행복해보이는데 자신만 불행한 사람인 것 같아 화가 나서 견딜 수 가 없었습니다

나 하나쯤 사라져도 아무도 슬퍼할 사람이 없다는 사실이 할아버지를 더 죽고 싶게 만들었습니다

비급여항목이기 때문에 매달 20만원이나 되는 우울증 약은 할아버지의 수급비로는 도저히 감당할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할아버지는 죽고 싶은 생각이 들 때마다 그림을 그렸습니다

한 번도 배운 적은 없지만 어린 시절부터 그림그리기를 좋아했던 할아버지는 수급비를 차곡차곡 모아 물감과 붓을 

샀습니다. 그림 그리는 동안 만은 아무 생각 없이 그림에만 집중하다보면 힘든 현실도 잊을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0.6평 남짓한 할아버지의 방에 점점 쌓여가는 그림을 더 이상 둘 곳이 없어 

매번 완성한 그림위에 물감을 덧칠해 새로운 그림을 그려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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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아무도 봐주지 않는 그림이지만 나중에 언젠가 할아버지가 그림을 그린다는 사실이 알려지게 된다면 

할아버지는 꼭 이루고 싶은 소원이 있습니다. “나같이 어려운 사람도 이렇게 살아왔다고.. 

고아원이나 교도소에 있는 사람들이 내 그림을 보면서 희망을 가졌으면 해” 

바로 그림을 통해 재능기부를 하는 것입니다. 많은 상처를 받으며 살아온 할아버지는 그림을 통해 

자신처럼 상처받은 사람들을 위로하고 싶은 소망을 가지고 계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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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의 안타까운 사연을 들은 지파운데이션 직원은 할아버지의 그림을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도움을 드릴 방법을 찾던 중 미술교육기관 소통하는 그림연구소 빅피쉬아트의 이소영 작가님을 

만나게 되었습니다안양에 있는 소방서에서 소방관들의 휴식공간에 그림을 기부해줄 작가를 

구하고 있던 작가님께 홍구현 어르신의 이야기를 들려드렸고 소방서 그림기부와 함께 어르신을 위한 개인전인

 1회 아웃사이더 아티스트 쪽방촌 반고흐 홍구현전을 준비하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정말 가능할까 싶었던 이 프로젝트가 입소문을 타고 여러 후원자님의 마음이 모아지면서 

점점 현실화되기 시작했습니다. 언론매체에서 인터뷰요청이 오고 서울의 유명 갤러리인 

팔레 드 서울에서 전시장을 기부하겠다는 소식도 전해왔습니다.

 600명이 넘는 후원자님의 마음이 모여 어르신의 전시회가 준비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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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뜨거운 여름이 지나고 더위가 한풀 꺾여 나들이 가기 좋은 9월의 어느 날

서울 종로에 위치한 갤러리 팔레 드 서울에서 홍구현 어르신의 인생 첫 번째 개인전이 열렸습니다.

 전시회 오픈 전 먼저 전시회장을 찾으신 어르신은 넓은 공간

아름다운 조명아래 걸려있는 당신의 작품을 보며 한참을 말없이 서 계셨습니다

그림들을 바라보며 어르신의 머릿속엔 어떤 생각들이 스쳐지나갔을까요

유명작가의 그림처럼 멋지게 걸려있는 그림이 어쩐지 낯설게 느껴지는 할아버지는 그림을 만져보기도 하고 

두리번거리며 설레기도, 두렵기도 한 마음을 감추지 못하셨습니다

전시회 오픈 시간이 되자 많은 사람들이 전시장을 가득 채웠습니다

학생부터 엄마 손을 잡고 함께 온 아이들, 그림을 공부하는 작가들까지 많은 관람객들이 

어르신의 그림을 보고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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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르신은 그림을 보러와 준 많은 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전하셨고 작품에 대한 질의응답 시간도 가지며 

행복한 시간을 보내셨습니다. 이주동안 진행된 전시회에 많은 분들이 발걸음 해주셨고 

어르신의 그림을 통해 희망을 발견하는 뜻 깊은 시간이었습니다

 

전시회가 끝나고 5개월 째

어르신은 최근 금주에 성공하셨습니다

외로움을 잊기 위해 마셨던 술도 끊을 만큼 어르신은 표정이 눈에 띄게 밝아지셨습니다

이제는 생활비를 모아 저금도 하신다는 어르신. 많은 분들의 마음이 모여 큰 기적이 만들어졌습니다

앞으로도 이웃들을 위한 여러분들의 소중한 나눔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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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부터 빅피쉬아트 이소영대표, 창신동쪽방상담소 유영태간호사, 홍구현어르신, 지파운데이션 박주영간사